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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따르릉지식 2025. 8. 13. 18:07

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원시행성계 원반의 미스터리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그 주변을 돌고 있을지도 모를 행성들. 우리는 늘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저 별 주위에도 지구처럼 생명을 품은 행성이 있을까?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 행성은 도대체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은 태양계가 탄생하던 46억 년 전, 혼돈과 에너지가 뒤섞였던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신비로운 원반 속에서, 먼지 한 알이 거대한 행성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행성의 씨앗, 원시행성계 원반

별이 형성될 때, 가스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중심에 별이 태어나고, 그 주변에는 회전하는 납작한 형태의 원시행성계 원반이 형성됩니다. 이 원반은 수소와 헬륨뿐 아니라 실리카, 얼음, 금속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원반이야말로 행성의 요람입니다. 우리 태양계도 태양 주변의 이런 원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래알보다 작은 먼지가 지구만 한 행성으로 성장하는 일, 그것이 우주의 기적이다.”

 

미세입자부터 미터 크기의 소립체로

원반 속의 미세한 입자들은 원반 내에서 충돌하고, 정전기력 등에 의해 서로 들러붙습니다. 이 과정은 **응집(coagulation)**이라고 불리며, 초기에는 비교적 쉽게 진행됩니다. 입자들은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 밀리미터까지, 그리고 수 센티미터 크기로 자라납니다. 그러나 곧 큰 장벽에 부딪힙니다. 이른바 **미터 크기 장벽(meter-size barrier)**입니다. 미터 단위의 물체는 원반의 기체 저항을 받아 빠르게 항성 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보다는 소멸되기 쉽습니다.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설로는 급격한 중력 붕괴, 와류 응집, 또는 자기장 불안정성(MRI) 등의 기작이 제안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미행성체의 탄생과 충돌 그리고 성장

미터급 장벽을 넘은 입자들은 자가 중력에 의해 점점 더 큰 미행성체(planetesimal)로 성장합니다. 이들은 수 킬로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 크기의 고체 천체로, 중력을 통해 서로 충돌하면서 더 큰 덩어리로 합쳐집니다. 이 충돌과 병합 과정을 통해 점차 원시 행성(protoplanet)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때 형성되는 행성은 지구나 화성과 같은 암석형일 수도, 목성처럼 가스형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집니다. 원시행성끼리 충돌하거나 궤도를 바꿔 튕겨져 나가기도 하며, 그 와중에 일부만이 살아남아 안정적인 궤도를 갖게 됩니다.

 

행성 형성의 두 얼굴 – 지구형 vs 목성형

행성의 최종 유형은 주로 형성 위치와 주위 환경에 따라 결정됩니다. 항성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기온이 높아揮발성 물질이 날아가고, 비교적 단단한 암석과 금속만 남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구형 행성처럼 작고 밀도가 높은 행성이 형성됩니다. 반면,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온도가 낮아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의 휘발성 물질도 응축되어 축적됩니다. 이곳에서는 빠르게 핵심이 형성되고, 그 주위로 막대한 양의 기체가 흡수되면서 가스형 거대 행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목성과 토성은 이 방식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가스 행성입니다. 심지어 어떤 행성은 항성의 중력장에 의해 안쪽으로 끌려와 '뜨거운 목성(Hot Jupiter)'이 되기도 합니다.

 

외계행성과 행성 형성 이론의 진화

1995년 최초의 외계행성이 발견된 이후, 우리는 이미 수천 개의 외계행성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궤도, 크기, 구성 성분을 가지며, 기존의 이론을 재구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은 항상 태양계 바깥쪽에 존재한다고 여겼지만, ‘뜨거운 목성’은 이 가정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이는 행성 이주(planetary migration)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만들었고, 행성 형성이 단순한 고정적 과정이 아님을 깨닫게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관측과 실험

행성 형성 과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가득합니다. 이를 풀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파 배열망)나 JWST(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을 이용해 먼 우주의 원시행성계 원반을 직접 관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ALMA는 원반 내 먼지와 가스의 분포를 정밀하게 보여주어, 실제로 ‘행성이 형성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교과서 속 그림이 아니라,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실재하는 우주의 창조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먼지에서 시작된, 거대한 여정

모래알보다 작은 먼지 입자가, 시간이 흐르고 중력이 작용하며, 거대한 행성으로 진화해 가는 이 긴 여정은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려는 여정과 닮아 있습니다.

“지구도 처음엔 먼지였다. 그 먼지가 지금,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지구 역시, 먼지에서 시작된 한 점이었습니다. 행성의 탄생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기원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연도 개념 또는 발견 설명
1796년 성운설 제안 라플라스가 태양계가 성운으로부터 형성되었다는 성운설 제시
1900년대 초 응집 이론 등장 먼지 입자들이 점차 응집하여 행성으로 성장하는 이론 확립
1995년 최초 외계행성 발견 51 Pegasi b의 발견으로, 행성 형성 이론에 대한 검증 가능성 확대
2010년대 ALMA 관측 시작 원시행성계 원반 내부의 구조 및 먼지 분포 정밀 관측
2020년대 JWST 활동 개시 원시행성계 원반의 구성 성분과 온도 구조를 관측하며 새로운 데이터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