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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까?

따르릉지식 2025. 8. 13. 16:01

천문학자들은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까?

천체 거리 측정법의 모든 것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우리는 끝없는 우주의 깊이를 마주합니다. 그러나 그 끝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요? 저기 반짝이는 별은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육안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 질문에 과학은 정밀하고도 치밀한 방식으로 답해왔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까?
천문학자들은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할까?

 

천문학자들은 ‘우주 거리 사다리’라는 개념을 통해 다양한 거리 측정 기법을 연결하고 확장해 왔습니다. 이 사다리는 가장 가까운 별에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은하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적용되는 거리 측정의 연쇄 구조입니다.


1. 가장 기초적인 방법, 연주시차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때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방법은 **연주시차(parallax)**입니다. 이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생기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 가까운 별의 위치가 멀리 있는 배경 별에 비해 조금씩 움직여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6개월 간격으로 별의 위치를 관측해 그 시차각을 측정하면, 삼각법을 통해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주시차는 1 초각(1/3600도)에 해당하는 각도를 기준으로 하며, 이때의 거리를 1파 섹(parsec)이라고 정의합니다. 1파 섹은 약 3.26광년에 해당하며, 시차가 작을수록 거리가 먼 것입니다.

“우주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우리는 단 1 초각으로 그것을 풀어낸다.” 하지만 연주시차는 거리에 따라 매우 작아지기 때문에, 약 수백 광년을 넘는 거리부터는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정교한 방법이 도입됩니다.

 

2. 밝기의 척도, 표준광원

시차로 접근할 수 없는 먼 거리의 별이나 성운, 은하 등에는 **표준광원(standard candle)**이란 개념이 사용됩니다. 이는 ‘고유한 밝기(절대 등급)’를 알고 있는 천체를 기준으로, 우리가 실제로 관측한 밝기(겉보기 등급)와 비교하여 거리를 유추하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표준광원으로는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 stars)**이 있습니다. 이들은 밝기가 일정한 주기로 변하며, 이 주기와 절대 밝기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912년 헨리에타 스완 리빗(Henrietta Swan Leavitt)이 이 사실을 발견하면서, 먼 은하까지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또 다른 표준광원으로는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이 있습니다. 이들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폭발하여 절대 밝기가 일정하므로, 매우 먼 거리의 은하까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3. 우주 팽창의 열쇠, 허블법칙

시차와 표준광원보다 훨씬 더 거대한 스케일에서의 거리 측정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허블법칙(Hubble’s Law)**입니다. 1929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은하들이 멀어질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으며, 은하의 후퇴 속도와 그 거리가 비례한다는 허블법칙이 도출되었습니다.

허블법칙은 스펙트럼 관측을 통해 은하의 적색 편이(z)를 측정하면 후퇴 속도를 알 수 있고, 허블상수를 적용하여 거리까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수억에서 수십억 광년에 이르는 광대한 거리의 우주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4. 거리 측정의 난관과 개선

천문학적 거리 측정은 본질적으로 간접적이며, 여러 가지 가정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표준광원의 밝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허블상수의 정확한 값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최근에는 허블상수의 측정값이 방법에 따라 다르게 나와, ‘허블긴장(Hubble tension)’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미션은 수십억 개의 별에 대한 정밀한 시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JWST(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또한 먼 은하의 밝기를 정밀 측정하여 거리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5. 우주를 재는 자, 인간의 도전

하늘은 멀고, 별은 더 멀지만, 인간은 지구에서 몇 센티미터 움직여가며 우주의 크기를 계산해 냈습니다. 이 엄청난 업적은 관측과 수학, 그리고 인내가 어우러져 이룬 위대한 과학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더 멀리 보기 위해 하늘을 보았고, 별의 거리를 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일은 단순한 숫자 계산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를 향해 손을 뻗는 철학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 수치는 곧,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이정표입니다.

연도 개념 또는 발견 설명
1838년 최초의 시차 측정 프리드리히 베셀(Friedrich Bessel)이 백조자리 61번 별의 시차를 측정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처음으로 계산
1912년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 발견 헨리에타 리빗이 밝기 변화 주기와 절대등급의 상관관계를 규명
1929년 허블법칙 정립 에드윈 허블이 은하의 후퇴 속도와 거리의 비례 관계를 제시
1990년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세페이드 변수 및 초신성 관측을 통해 정밀한 거리 측정 가능
2013년 가이아 미션 시작 유럽우주국이 수십억 개의 별의 시차를 정밀 측정하여, 시차 방식의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