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계 해석: 무한한 평행 우주 속의 현실
1935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제시한 유명한 사고 실험이 있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와 가이거 계수기, 방사성 원자, 독가스 장치가 들어있다. 방사성 원자가 붕괴하면 가이거 계수기가 이를 감지하여 독가스를 방출하고 고양이가 죽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측하기 전까지 원자는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기묘한 결론이 나온다. 이 패러독스는 미시 세계의 양자 법칙이 거시 세계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직관적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현실에서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의 중첩 원리는 어디선가 파괴되어야 하는데, 그 지점과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물리학의 가장 깊은 미스터리 중 하나다. 이러한 불편한 개념을 해결하기 위해 1957년, 프린스턴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휴 에버렛 3세가 혁명적인 해석을 제안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상태가 붕괴한다는 가정 자체를 버리는 것이었다. 대신 모든 가능한 상태가 실제로 실현되며, 우리는 그 중 하나의 세계에서 특정 결과만을 경험한다는 '다세계 해석'을 제시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정말로 한 우주에서는 살아있고, 다른 우주에서는 죽어있다. 두 결과 모두 동등하게 현실이며, 관측자인 우리도 각각의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관측 문제와 해석의 역사
양자역학은 20세기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다. 원자와 분자의 구조, 화학 결합, 반도체의 작동 원리, 레이저의 메커니즘 등 현대 기술의 토대가 되는 거의 모든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그러나 이론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 해석에 대해서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측정 문제' 또는 '관측 문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측되지 않은 입자는 파동함수로 기술되며, 이는 여러 상태의 확률적 중첩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자의 스핀은 위쪽과 아래쪽 방향의 중첩 상태에 있다가, 측정 순간 둘 중 하나로 '붕괴'한다. 하지만 이 붕괴가 언제,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물리적 설명은 없다. 코펜하겐 해석은 이 문제에 대해 실용적 접근을 택했다.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도한 이 해석은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측정 장치는 고전적으로 취급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이 경계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왜 그런 경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설명은 제공하지 못했다. 숨은 변수 이론들도 등장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지지한 이 접근법은 양자역학이 불완전한 이론이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변수들이 입자의 정확한 상태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1964년 존 벨의 부등식과 이후의 실험들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이 성립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파동함수 붕괴라는 특별한 과정을 가정하지 않고, 슈뢰딩거 방정식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다세계 해석의 핵심 원리와 수학적 기초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몇 가지 핵심 가정에 기반한다. 첫째, 우주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양자 시스템으로 간주되며, 단일한 파동함수로 기술된다. 둘째, 이 우주 파동함수는 절대 붕괴하지 않으며, 항상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 결정론적으로 진화한다. 셋째, 관측은 관측자와 관측 대상 사이의 양자 얽힘으로 이해된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양자 시스템 S가 |0⟩과 |1⟩의 중첩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자: |ψ⟩ = α|0⟩ + β|1⟩. 관측자 O가 이를 측정할 때, 전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진화한다: (α|0⟩ + β|1⟩) ⊗ |준비⟩_O → α|0⟩ ⊗ |"0을 봤다"⟩_O + β|1⟩ ⊗ |"1을 봤다"⟩_O 이 상태는 여전히 중첩이지만, 각 항에서 시스템의 상태와 관측자의 인식이 상관되어 있다.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이 두 항은 서로 다른 '세계' 또는 '브랜치'를 나타낸다. 각 브랜치에서 관측자는 일관된 경험을 하게 되며, 다른 브랜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이 분기가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양자 상호작용마다 새로운 브랜치가 생성되며,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광자가 반투명 거울을 만날 때도 투과하는 세계와 반사되는 세계로 분기한다. 생물학적 과정에서도 무수한 분기가 발생한다. DNA 복제 중 발생하는 양자적 오류, 신경세포의 이온 채널 개폐, 효소 반응의 확률적 과정 등이 모두 우주의 분기를 야기한다.
양자 얽힘과 데코히런스의 역할
다세계 해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양자 얽힘과 데코히런스 현상이다. 양자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측정되기 전까지 하나의 통합된 양자 상태를 이루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이 "으스스한 원격 작용"이라고 불렀던 이 현상은 이제 양자역학의 핵심 특징으로 인정받고 있다. 데코히런스는 양자 시스템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고전적 성질을 갖게 되는 과정이다. 1970년대 이후 하인츠 디터 체(Heinz-Dieter Zeh)와 보이치에흐 주렉(Wojciech Zurek) 등의 연구에 의해 자세히 규명되었다. 데코히런스 이론은 왜 거시적 물체가 양자적 중첩을 보이지 않는지, 왜 특정한 관측 가능량들이 안정한 고전적 값을 갖는지를 설명한다. 다세계 해석에서 데코히런스는 브랜치들 사이의 간섭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환경과의 얽힘 때문에 서로 다른 브랜치들은 실질적으로 독립적이 되며, 관측자는 자신이 속한 브랜치의 역사만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왜 우리가 명확한 측정 결과를 얻는지, 왜 다른 브랜치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